[책] 모옌의 하루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중국에서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을 아시나요? 그는 솔직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에요.이 책의 '나의 하루'란 글은 모옌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그 루틴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읽는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더군요. 모옌의 게으르고 자유로운 하루와 수련에 가까운 엄격한 하루키의 하루...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셔요?

이 책은 속초 문우당서림에 들렀다가 산 책이에요. 표지의 캐릭터와 사진이 바로 작가인 모옌이죠.

모옌은 중국의 소설가예요.

중국에선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2012년)을 받은 인물인데, 대부분의 중국 문호들이 서양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인데 반해, 모옌은 지금도 중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작가죠.

그의 작품은 중국 현대사에 휩쓸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포커스를 둬요. 아무리 힘든 시대라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고, 희로애락이 있죠. 모옌은 메타적 시선에서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는 주인공들의 삶에 그로테스크한 판타지를 결합해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요. 모옌의 작품 중 잘 알려진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이 ‘붉은 수수밭’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한 ‘홍까오량 가족’이 있어요.

전 모옌의 소설은 직접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를 읽고 나니 직접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은 모옌의 수필집이에요.

전 모옌이 굉장히 괴팍하고 집착적이고 어딘가 꼬인 지성의 작가일 거라 상상했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그로테스크한 판타지가 나올리 없단 생각에….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모옌은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더군요.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에 휩쓸려 학교를 그만둔 그는 친구들이학교에 가는 동안 혼자 농사를 짓고 공장에서 일해야 했어요. 농사를 짓는 소들만이 그의 친구였고, 그는 그 시절 혼잣말과 상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어머니는 말이 많은 모옌을 싫어했는데, 그래서 말을 참으려는 생각에 필명을 무언(無言)이란 의미의 모옌이라 지었다고 해요. 그 결심은 실패했지만…

책의 앞부분에는 ‘나의 하루’란 글이 있어요.

모옌의 하루는 단조로와요. 낮시간을 대부분 낮잠으로 보내고 서너시쯤 일어나서는 진한 차 한잔과 담배 한모금을 즐기죠. 그는 이때의 근사한 기분을 말로 다 옮길 수 없다고 썻어요.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책을 뒤적인다. 정말로 ‘뒤적일’ 뿐이다. 오후에는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책을 제대로 읽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책을 집으면 뒤에서부터 훑다가, 흥미로우면 다시 앞에서부터 읽는다. 하지만 얼마 안 읽고 금세 벌떡 일어난다. 싫증이 났다고 해야 할까. 무료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 새장에 갇힌 역약한 동물처럼 괜히 방 안을 빙빙 돈다.”

세련된 분은 아니에요. 그런데 읽다보면 그 솔직함과 천진함에 반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린아이 같지요? 좋은 습관을 기대하기엔 그의 어린 시절은 너무 가난해서 옥편 한 권이 가진 책의 전부였답니다.

이렇게 뒤적인 다음 그는 TV를 켜고 경극을 봐요. 경극을 보며 몸을 이러저리 움직이는 게 그가 하는 운동의 거의 전부.. 경극이 끝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는 그는 그제서야 냉장고를 열고 먹을 걸 찾는, 그런 하루를 루틴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모옌의 하루를 읽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더군요.

하루키는 수필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자신의 하루 루틴을 적어 놓았어요. 모옌이 기분파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하루키는 엄격하게 자신을 콘트롤 하는 데에 달인인 인물이죠.

그는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면서, 자신의 문체를 개발하고 싶어서 먼저 글을 영문으로 써보고 이를 일어로 쓰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훈련했어요. 능통한 일본어로 쓰게 되면 원고가 지나치게 문학적이고 무거워 지는 반면, 서툰 영어로 먼저 쓰게 되면 문장은 놀랍게 단순해졌죠.

하루키가 직접 밝힌 그의 하루 루틴은 이러해요.

그는 소설을 쓰는 시기에는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곧바로 책상에 앉아요. 그리고 5-6 시간 내리 집중해서 글을 쓰죠. , 하루 중 가장 맑고 깊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집필을 통째로 배정하는 셈이에요.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면 하루키는 보통 10km를 달리거나 1,500m를 수영을 해요. 때론 두 가지를 다 하기도 하죠. 운동을 끝낸 뒤에는 조금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요. 하루키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흐름을 매일 바꾸지 않는다고 해요.

하루키. 정말 세련된 작가예요.

하루키는 이 반복을 일종의 ‘mesmerism’이라고 표현했어요. 한국어로는 최면, 자기암시, 몰입을 유도하는 의식인데, 자신을 더 깊은 정신 상태로 데려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과정이에요.

모옌과는 정말 대조적인 인물이죠?

하루키는 교사인 부모님 아래에서 엘리트로 자라났어요.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다니던 시절엔 학교도 거의 나가지 않고 신주쿠의 레코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재즈 카페를 드나드는 반항적이고 낭만 가득한 청춘을 보낼 수 있었죠.

하루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민초가 아니에요. 그들은 대개 커피를 끓이고, 파스타를 만들고, 재즈나 클래식을 듣고, 혼자 방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외로운 현대인들이죠. 모옌도 고독을 그리고는 있지만, 하루키의 고독이 정서적 결핍이라면, 모옌은 공동체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육체적 고독이에요. 허기, 성욕, 죽음 같은 경험이 소설을 관통하죠.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에는 독자들의 지적에 대한 모옌의 변명도 많이 등장해요. 그리고 자신의 못난 모습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문투에는 묘한 유머와 따뜻함이 배어 있답니다. 책 한 권 구하기 어려웠던 혹독한 환경에서 소설가로 성장하기까지 이분의 이런 품성은 가장 큰 자산이었을 거 같았어요.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에요. 저는 이제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데 읽는 것만으로 그냥 위로가 된답니다. 너무 지성적인 글에 지치셨다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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