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초 문우당서림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

얼마 전 속초에 놀러갔다가 문우당서림에 들렀어요. 저는 해외 출장을 갈 때면, 어느 도시를 가건 서점을 찾아 여행하는 게 낙이었어요. LA의 라스트 북스토어, 뉴욕의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아동 서점 북오브원더(Book of Wonder)는 제 최애 서점들이죠. 이제 최애 리스트에 문우당서림이 추가로 올라왔지 말입니다?

세상 곳곳 나의 최애 서점들

제게 서점은 늘 두근두근한 곳이에요.

서른 살 무렵 밀라노에 출장을 갔을 때 만난 서점 Rizzoli는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어요. 한국에선 만나기 힘든 희귀한 예술 서적들이 가득해서 서점에 있는 모든 책들을 눈에 담아가고 싶었답니다. 매장 또한 따뜻한 서재 분위기여서 오래도록 이 책, 저 책 뒤적이다보니 한 나절이 지나있더군요.

이후 뉴욕에 갔을 때, 거기서도 Rizzoli를 발견하곤 놀랐죠. Rizzoli는 패션·디자인·건축·사진·예술 서적으로 유명한 독립 서점이에요. 뉴욕과 밀란 2군데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LA의 라스트 북스토어. 한 번이라도 밤에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이 서점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예요.

이후 해외 출장을 갈 때면, 어느 도시를 가건 서점을 찾아 여행하는 게 저의 낙이 되었어요. LA의 라스트 북스토어(Last Bookstore)와 뉴욕의 셰익스피어앤컴퍼니(Shakespeare & co), 아동 서점 북오브원더(Book of Wonder)는 제가 최애 서점들이에요. 이유는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란 게 팍팍 느껴지기 때문이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서점 곳곳에 숨겨져 있는 직원들의 메모를 읽는 거예요. 왠만한 독립 서점들은 대부분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들이 놓여있는 서가가 곳곳에 있고, 직원들은 책마다 자신이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를 손글씨로 적어놓죠.

이 작은 장치는 그들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일깨우는 동시에, ‘이 책은 정말 재밌겠구나’란 생각을 넘어, ‘아, 이 서점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야!’란 울림까지 만들어내요.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라는 건 늘 특별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죠.

늘 한국엔 왜 이런 곳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얼마 전 속초에 놀러갔다가 이런 서점을 만났지 뭐예요. 이제 저의 최애 서점 리스트에는 속초의 ‘문우당서림’이 새로 올라왔어요. 이 서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속초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 재밌겠단 생각!

문우당서림 : 구색과 큐레이션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

문우당 서림은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안내문들과 개성있는 실내 디자인에 매료되는 곳이에요.

다른 서점에선 발견하기 어려운 많은 안내문구가 문우당서림 곳곳에 가득한데요. 어르신들께 빌려드릴 안경이 준비되어 있다는 안내문이나, 화장실이 2층에 잇는데 계단으로 올라가시게 해서 죄송하다는 문구는 제게 정말 놀라왔어요.

이런 작은 감동은 시작일 뿐이에요. 조금 둘러보기 시작하면 이 서점에 완전히 매료되는 건 순식간이에요.

전 패션과 리테일을 분석하는 일을 20여 년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서점도 리테일인지라 들어가보면 저절로 분석 엔진이 가동되는 습관이 있답니다.
모든 리테일의 핵심은 구색과 큐레이션에서 출발해요. 특히 영풍문고같은 대형 서점이 아니라 공간이 한정된 독립 서점의 경우, 주인장이 어떤 책을 골라놓았는지, 또 자신이 고른 책을 어떤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는지가 서점의 정체성과 영혼을 정의하죠.

문우당서림의 구색과 큐레이션은 정말 각별했어요.

문우당서림에는 요즘 너도 나도 명함처럼 써내는 검증되지 않은 책들은 거의 진열되어 있지 않더군요. 처세술이나 성공학도 별도의 서가로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구요.

애초에 이 서점은 책장에 같은 책이 여러 권 꽂혀 있는 구조가 아니예요. 거의 모두 종류가 다른 책이 1권씩 꽂혀있고, 디스플레이 테이블 위에만 겨우 몇 권씩 쌓여있을 뿐이에요. 서점 크기에 비해 온 세상 이야기가 바글바글한 느낌이랄까요?

또 Rare한 구색이 정말 많아서 좋았요. 어쩌면 서울의 대형서점에도 다 있었을 책이겠지만, 교보나 영풍에선 으리짱짱한 베스트셀러 디스플레이에 가려 발견하지 못했을 책들이, 프로모션 공해가 없는 이 서점에선 오롯이 빛을 발하고 있었죠.

특히 저의 마음을 끈 건 ‘즐거운 은퇴맞이’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는 50대를 위한 서가였어요. 하핫. 제 나잇대를 위한 책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을 줄은 미처 몰랐는데 큰 관심이 생기더라는…

문우당서림은 서점 자체가 빼곡한 큐레이션으로 가득해요. 보통의 서점들은 서가에 카테고리 별로 책을 모아놓고 끝나지만 이 서점엔 한 가득 쪽지가 가득하달까요? 특히 2층 디스플레이 테이블에는 직원들이 손글씨로 적어놓은 책 추천사가 가득했어요. 이 노트를 읽어보는 동안 책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지게 되죠.

2층 공간에는 더 본격적인 큐레이션 코너가 많았어요. ‘작가의 방’이란 작은 전시 코너에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었고, 영원한 클래식인 고전문학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었죠.

모든 코너가 다 마음에 들었어요. 입구에 마련된 방문객들이 문우당에게 남기는 한 마디들을 모아놓은 빼곡한 카드들, 또 휴식 공간에 마련된 문우당일지는 이 서점이 속초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공간인지 느끼게 해주었어요.

건축이나 인테리어 관점에서도 문우당서림은 아름다운 서점이에요. 요즘 사실 디자인 아름다운 서점은 너무나 많답니다. 창의적인 디자인 경쟁이 붙어 기괴할 정도로 창의적인 서점들도 전세계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데, 전 이런 서점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보다는 서적을 선별하는 포커스와 스피릿을 중시한달까… 문우당서림은 꽉찬 콘텐츠 위에 아름다운 디자인이 더해지니 감동이 배가되는 느낌이었어요.

출처: 문우당서림
출처: 문우당서림

어릴 때 전 질문이 많은 아이였어요. 부모님을 너무 귀찮게 하다보니, 부모님은 소위 ‘전집’이라는 걸 잔뜩 사주셨죠. 플루타크 영웅전, 셜록 홈즈 전집, 백과사전 풀 세트, 어린이 명작 전집… 온통 전집으로 가득 찬 방에서 자랐답니다. 부모님은 제 질문에 이렇다 할 대답을 안해주셨지만 책장을 열면, 그때부턴 온 세상 이야기가 머릿속으로 날아들곤 했어요. 내가 세상을 날아가는 중인지, 이야기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지 헷갈리던 삼매경의 시간들.

문우당서림은 인생의 그런 시간들을 다 불러 일깨우는 곳이에요. 더 많은 구석구석이 있지만, 직접 가서 한번 느껴보셨으면요. 저는 이날 요 책을 선택해서 돌아왔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읽어보고 알려드릴께요. 책이란 가끔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하는 것!

댓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