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살. 은퇴 선언.
은퇴한다고 발표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돈 많이 벌어놨어?’
‘그냥 먹고 살 만큼 있어요’라 대답하면 또 돌아오는 질문.
‘자기 돈 엄청 벌어놨다며?’
ㅋㅋㅋㅋㅋㅋ 아놔.
얼마 있어야 은퇴할 수 있을까.
내 또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계산기 두드려 본 질문.
한국에선 답이 늘 두루뭉술하다니까.
‘몇십 억은 있어야지.’
‘그걸로 무슨 은퇴를 해?’
말들이 많아. 사실 아무도 정답을 모르면서.
그래서 기준을 하나 들고 왔어.
미국의 4% 룰이라고 들어봤숴?
우리 하나만 알아두자. 돈은 상대적이란 거.
강남 살면서 한 달에 1,000만원 넘게 쓰는 사람도 있고,
지방에 살면서 월 300이면 넉넉한 사람도 있지.
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게 출발점이야.
여기서 후달리면 은퇴 못한다…
4% 룰의 출처는 1994년.
미국 재무설계사 윌리엄 벤겐(William P. Bengen)의 논문
〈Determining Withdrawal Rates Using Historical Data〉.
과거 주식·채권 수익률로 ‘매년 얼마씩 꺼내 써야 30년을 버티나’를 따져본 연구야.
은퇴가 뭔가.
더 벌지 않고, 모아둔 걸 조금씩 꺼내 쓰는 일.
계산은 간단해.
연간 필요 생활비 ÷ 0.04 = 은퇴자금
(단 4%룰은 은퇴 기간이 30년이던 시절에 산출됨)
한 달에 300 쓰면 1년에 3,600만 원.
3,600만 ÷ 0.04 = 9억.
즉 한 달에 300씩 쓰고 싶으면 9억이 있으면 돼. 초등 산수지.
여기서 9억은 보통 집 빼고, 통장이랑 주식 같은 금융자산 얘기야.
근데 요즘은 집도 놀지 않잖아.
주택연금으로 집한테 월급 받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건 각자 셈에 슬쩍 얹자구.
4%는 지금도 제일 많이 쓰는 출발점이야.
근데 함정이 하나 있어.
이게 ‘은퇴 후 30년’을 가정한 숫자라는 거.
55살에 은퇴하고 100세 시대면?
85살에 곳간이 텅. 아직 쌩쌩한데 심히 곤란하지.
그러니까 좀 더 길게 보고 싶으면 3.5%,
겁 많으면 3%로 잡아.
자, 이제 한 달에 300부터 600까지 생활비에 따라 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추려볼까?
| 월 생활비 | 연 생활비 | 4%룰 필요자금 (30년) | 3%룰 필요자금 (50년) |
|---|---|---|---|
| 300만 원 | 3,600만 원 | 9억 원 | 약 12억 원 |
| 350만 원 | 4,200만 원 | 10.5억 원 | 약 14억 원 |
| 400만 원 | 4,800만 원 | 12억 원 | 약 16억 원 |
| 450만 원 | 5,400만 원 | 13.5억 원 | 약 18억 원 |
| 500만 원 | 6,000만 원 | 15억 원 | 약 20억 원 |
| 550만 원 | 6,600만 원 | 16.5억 원 | 약 22억 원 |
| 600만 원 | 7,200만 원 | 18억 원 | 약 24억 원 |
여기에 ‘여윳돈’까지 좀 얹으면 금상첨화지.
근데 말야. 노후를 행복하게 사는 법은 돈보다 이게 먼저인 거 같더라고.
“남이랑 비교 안 하기”
이 병은 바이러스처럼 번져서 주변 사람도 불행하게 하더라고.
그 영화 알아?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Brad’s Status, 2017)
영화에서 진학을 앞둔 아들 트로이가 열등감과 고뇌에 빠진 아빠 브래드에게 건네는 명대사가 있어.
아빠가 아들한테 이래.
“가끔씩… 두려워져..남들이 자신을 패배자로 볼까 봐.”
그때 트로이가 뭐라고 하게?
“음.. 근데 다들 자기 자신만 생각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빠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아빤 내 의견에만 신경 쓰면 돼.”
(“The only opinion that matters is mine… You only need to care about my opinion.”)
숫자는 평생 같이 나랑 같이 늙어갈 짝꿍이랑만 맞추면 돼.
동창회에서 친구들이랑 맞추는 게 아니라,
나랑 살지 않는 본가 식구들이랑 맞추는 게 아니라,
나랑 한 지갑 쓰고 한 늙어갈 사람이랑만 맞추면 돼.
